게시날자 : 2020-03-02

주체109(2020) 년 3월 2일 《사화》

 

구도의 뉘우침​

 

구도는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을 받들어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운 공신들중의 한사람이다.

동명왕은 성실하고 근면한 구도를 총애하여 어려운 일에 부닥칠 때마다 남먼저 그를 찾군 하였다.

갓 세워진 고구려가 강대한 외적의 끊임없는 침략을 물리치고 자기의 터전을 튼튼히 닦아놓을수 있은데는 구도의 남모르는 수고도 적지 않게 깃들어있었다.

그는 동명왕이 죽은 다음에도 나라를 위한 일에 자기 몸을 서슴없이 내대군 하였다. 그러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과시 동명왕의 신하답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월은 날아가는 화살과도 같아 젊음에 넘쳐 동명왕과 함께 광활한 초원을 좁다하게 내달리던 일은 이제는 옛이야기로 되여버린듯 구도의 머리에도 흰서리가 내려앉기 시작하였다.

동명왕때의 신하들은 나이가 들어 하나둘 가고 살아있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았다.

대주류왕은 그들을 중히 여겨 구도와 일구, 분구 세사람을 비류부장으로 임명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어긋나게 제멋대로 행동함으로써 사람들을 경악케 하였다.

그들은 자기들이 세운 공로를 전면에 내걸고 아래사람들을 깔보며 마구 다루었다. 관리들과 백성들은 그들이 왕의 총애를 받는 신하들인지라 항변한마디 못하고 온갖 모욕을 묵묵히 감수하기만 하였다. 그러면서도 옛일을 생각하며 구도 등이 반드시 제곬으로 들어서리라는 한가닥 희망만은 버리지 않고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생각이였다. 그들의 교만성은 마침내 포악성으로 변하여 사람들에게 형언할수 없는 고통과 불행을 가져다주었다. 구도는 바쁜 농사철에 백성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궁궐과 같은 집을 짓게 하였으며 인물 고운 녀자라면 그것이 설사 관리의 첩이라도 상관없이 닥치는대로 빼앗아 자기 첩으로 만들어버렸다. 또한 남의 집 재물도 제멋대로 강탈하여 재산을 불구었으며 이에 불응하면 관가에 붙잡아다 애매한 죄명을 씌워 매를 안기였다. 일구, 분구도 경쟁적으로 못된짓만 일삼았다.

억울하게 땅을 잃고 집도 빼앗긴 백성들의 원한은 하늘땅에 사무치였다.

이들의 죄행을 탄핵하는 글들이 연방 왕궁에 날아들자 대주류왕은 그것을 차마 믿을수 없어 사람을 보내여 알아보게 하였다. 하지만 구도 등의 죄상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것이였다.

대신들은 구도, 일구, 분구 세사람을 극형에 처할것을 주장하였다. 왕도 그들의 의견을 따르고싶었으나 동명왕의 옛 신하들이라는것을 고려하여 곤장을 쳐서 벌을 주게 하고 평민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추발소를 비류부장으로 임명하였다.

졸지에 명예도 재부도 다 잃고 빈털터리가 되여 한지에 나앉은 구도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기 시작하였다.

평민으로서 백성들의 아름다운 마음씨와 불행한 처지를 직접 목격하고서야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그릇된것이였는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자기가 이때까지 자랑삼아 말해오던 《공로》란 결국 백성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것이였다.

(아! 내 늘그막에 무슨 망녕이 들어 이런짓을 했담. 저만 제일이라고 우쭐대던 그 못된 버릇이 나를 끝내 망하게 하고야 말았구나.)

자책감으로 모대기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구도는 어느날 추발소의 집으로 찾아갔다. 평소에 그와 안면이 있던 사이인지라 구도는 추발소를 보자 반색을 하며 마루우에 올라서려고 하였다. 이때 대들보가 울릴 정도로 큰소리로 질책하는 추발소의 엄한 추궁이 구도의 머리우로 날아들었다.

《죄인은 어찌하여 내 집마루우로 함부로 오르려 하느뇨? 그대는 아직도 자기 잘못을 뉘우치지 못했는고!》

구도는 너무도 창피하고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아들어가고싶었다. 한동안 머리를 쳐들지 못하고 땅만 내려다보고있던 그는 용기를 내여 말을 꺼냈다.

《내 공을 찾아온것은 회포나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요. 우리들은 소인이라 임금의 법을 심히 위반하였으니 부끄럽기 그지없소. 내 이제 무슨 면목으로 땅속에 들어가 선왕들을 뵈올수 있겠소. 원컨대 공이 우리들의 죄과를 용서하여 허물을 고치게 하여준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소.》

이 말을 듣자 추발소는 그제서야 빙그레 웃으며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사람이란 어찌 허물이 없을수 있겠소. 잘못하고도 능히 고치게 되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다고 보오. 이제 공들이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대바르고 성실하게 산다면 대왕께서는 다시 중히 써줄것이요.》

이날부터 추발소는 구도 등 세사람을 벗으로 삼고 종전과 같이 잘 대해주었다. 이에 감동된 그들은 자기들의 잘못을 다시한번 반성해보며 다시는 고약한짓을 하지 않았다.

대주류왕은 이 사실을 알고 《추발소가 위엄으로써가 아니라 지혜로 악한 사람을 고치였으니 재능이 있다고 말할수 있다.》라고 말하며 추발소에게 대실씨라는 성을 하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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