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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게시날자 :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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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6(2017)년 11월 14일 [설화]

정수동이야기(3)

-달아나버린 감사-

 

언제인가 정수동은 산지사방을 돌아다니다가 산천경개가 좋은 이웃고을에 머물러 고을관리들과 한담도 하며 친하게 지내였다고 한다.

고을원과 관리들은 정수동이 아는것이 많고 말주변도 좋아 그와 사귀기를 좋아하였고 그의 능숙한 수완에 늘 감탄하군 하였다.

그러던차에 이 고을로 감사가 내려온다는 통지가 왔다.

고을관리들은 감사가 내려온다니 길부터 잘 닦아놓아야 하겠는데 날자가 얼마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것이 정수동이 사람들을 끄는 묘기를 가지고있으니 그 재간으로 사람들을 불러내여 길닦기를 시키면 되지 않겠는가고 의논하고 그에게 돈을 주면서 이 일을 맡아 빠른 시일안에 끝내줄것을 부탁하였다.

정수동은 그들에게서 돈을 받아쥔 다음 재미나는 우스개소리와 옛말을 하겠으니 다들 모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정수동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것을 본 고을관리들은 이젠 일을 쉽게 해제끼게 되였다고 안심하고는 점심때가 되자 제볼장을 보려고 사라졌다.

정수동은 한나절동안 우스개소리로 사람들을 웃기고나서 시장기가 났던지 오늘은 이만하고 좀 쉬였다가 한바탕 또 해보자고 하고는 주막집에 찾아들어가 받은 돈으로 술판을 벌려놓았다. 이렇게 며칠을 지내다나니 이젠 길닦기하는데 쓰라고 준 돈도 거의다 써버렸을뿐아니라 길닦기도 하지 못하였다.

어느덧 감사가 행차하는 날이 왔다.

사인교(네사람이 메는 가마)를 타고 고을길에 들어선 감사는 길닦기를 하지 않아 가마가 들추는데다가 돌에 걸려 가마군들이 넘어질것처럼 비틀거리는것을 보고 그만 화가 치밀어올라 《이 고을에선 길닦기도 하지 않고 산다더냐? 어서 관원을 불러오라!》 하고 호통질하였다.

이리하여 길닦기를 맡았던 정수동이 감사앞에 불리워가게 되였다.

《네가 길닦기를 맡아했느냐? 너는 맡은 일을 하지 않고 쌀만 축내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

정수동은 미안스러운듯 허리를 굽혀보이고는 《질책하는것은 알아들을만 하나 그럴만한 사연이 있어 길닦기를 하지 못하고있소이다.》 하고 말하였다.

감사는 변명하는 정수동에게 그럴만한 사연이란게 대체 무엇인가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정수동은 길 한가운데 솟아있는 돌에 깍듯이 허리굽혀 절을 하고는 감사앞에 다시 와서 말하였다.

《저는 처음부터 길에 박혀있는 돌뿌리도 뽑고 길도 번듯이 닦아놓으려 하였는데 저 돌이 자기를 뽑아서는 안된다고 반대하기에… 내 어찌 무작정 불손한짓을 하겠습니까?!》

성미가 급한 감사는 그 말의 뜻도 새겨보지 않고 《돌이 반대하다니, 너 누구앞에서 그런 거짓말을 꾸며대느냐?》 하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러자 정수동은 바른 자세를 하면서 《저 돌이 말하기를 <나는 옛날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뿐아니라 임금님께서 사냥하러 가실 때에도 뽑아버리지 않았는데 도대체 감사가 뭐길래 나를 뽑아버리지 못해 그처럼 분별없이 노는가.> 하고 하소연하였소이다.》라고 말하였다.

그제야 감사는 정수동의 말에 마음이 섬찍하였다.

정수동의 말대로 임금은 드문히 이 길로 사냥하러 다니군 하였다. 그런데 임금이 지나갈 때에도 뽑지 않은 돌을 자기가 뽑으라고 하면 그것이 불경죄(임금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는 불손한 죄)에 걸려들수 있고 또 그 사실이 조정에 알려지면 언제 목이 날아날지 알수도 없는 일이였다.

감사는 정수동과 맞다든것이 불쾌하여 욕이라도 퍼붓고싶었지만 임금의 행차를 거론하며 말하는 꼴이 수상하여 더는 말을 못하고 《길이 나쁘니 잘 살펴가자!》 하고는 황망히 달아나버리였다.

사인교를 타고 거들먹거리다가 정수동의 꾀에 넘어가 꽁지가 빧빧하여 달아나는 감사를 보며 마을사람들은 과연 정수동이 정수동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감사의 행패질에 목이 달아날봐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숨어있던 고을량반나부랭이들도 그의 재치와 기질에 다시금 탄복을 금치못하였다.

 

김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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