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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게시날자 : 2017-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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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6(2017)년 3월 18일 [소개]

 

설총과 《화왕계》

 

기원 7세기 말~8세기 초에 활동한 신라의 문인 설총은 이름있는 불교학자였던 원효(617-686)의 아들이다. 《삼국사기》의 렬전에 의하면 설총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였으며 도술도 알았고 유교경전들도 모두 우리 말로 읽었다. 그는 재능있는 문필가로서 후대교육에 힘썼을뿐아니라 이미전부터 쓰이던 리두식표기법을 더욱 발전시켜 우리 말을 그대로 적을수 있게 체계화함으로써 당시 《학문의 조상》으로 불리웠다.

그의 작품으로서는 우화 《화왕계》(《할미꽃의 충고》)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창작유래가 전해지고있다.

신라의 31대왕인 신문왕때 어느해 여름날이였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드는 궁궐의 정원에서 한가하게 부채질을 하고있던 왕이 설총을 불렀다.

《오늘은 궂은 비가 멎고 남풍이 불어 서늘한데 술맛도 나지 않고 음악도 듣기 싫어 마음이 울적하니 그대가 요즘 색다른 소문이라도 들은것이 있으면 나를 위로하여 한마디 하지 않겠는가?》

설총은 왕의 청을 듣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을 하였다.

《예. 제가 한마디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저 꽃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꽃왕이라? 꽃에도 왕이 있단 말이지? 그것참 처음 들어보는 말이니 재미있겠다. 그럼 어서 이야기해보아라.》

왕은 눈을 감으며 귀를 기울였다.

설총은 왕앞에 꿇어앉은채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어느 한 꽃나라에 봄이 찾아오니 온갖 꽃들이 피는 중에 꽃중의 왕이라고 떠받들리우는 모란꽃이 뛰여난 용모를 뽐내며 탐스러이 피여났습니다. 그러자 멀고 가까운 곳들에서 여러 꽃들이 분주스럽게 찾아와 꽃왕을 뵈우면서 저마다 환심을 사려고 하였습니다. 그중에는 곱고 요염하기로 소문난 장미꽃과 비록 아름답지는 못하나 충직하다고 널리 알려진 할미꽃도 있었습니다.

먼저 장미꽃이 꽃왕앞에 얌전하게 엎드려서 하는 말이〈저는 흰눈같이 깨끗한 모래가에서 거울같은 바다에 얼굴을 비쳐보고 봄비에 몸을 씻으며 청풍을 즐기는 장미옵니다. 저는 왕의 높으신 덕을 듣고 당신을 곁에 모시기를 원하오니 제 소원을 들어주시기 바라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뒤이어 지팽이를 짚고 굽은 몸을 비틀거리며 꽃왕앞에 나선 할미꽃이 말하기를〈저는 높은 산기슭에 외로이 피는 할미꽃입니다. 예로부터 아무리 고량진미로 배를 채운다 해도 약을 써야 기운을 보태고 아무리 좋은 옷감이 있다고 하여도 굵은 베를 버리지 않는다고 하였나이다. 그래 용모는 보잘것 없으나 천하고 늙은것도 필요한데가 있을터이니 써주지 않겠는가 하여 찾아왔나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리하여 장미꽃과 할미꽃이 서로 자기를 써주기를 바래 꽃왕앞에 엎드려서 그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곁에서 이 광경을 보고있던 한 신하가 꽃왕앞에 나서며 물었습니다.

〈장미꽃과 할미꽃들이 왔으니 어느것을 취하고 어느것을 버리렵니까?〉

꽃왕은 어여뿐 장미꽃과 허리굽은 할미꽃을 번갈아보면서

〈할미꽃의 말도 옳긴 하나 이처럼 아름다운 장미꽃도 얻기 어려우니 이를 어쩌면 좋을고?〉하면서 망설이기만 하였습니다.

그러자 할미꽃이 꽃왕앞에 한걸음 나서며 웨쳤습니다.

〈대체로 임금된 이 치고 간사한자를 가까이 하지 않으며 바르고 곧은자를 멀리하지 않는 이가 드물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오늘 우리 임금님은 총명하고 의리를 안다기에 찾아왔더니 알고보니 틀렸나봅니다.〉

할미꽃은 이렇게 탄식조로 말하고는 돌아서 가려고 하였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꽃왕이 벌떡 일어나 할미꽃을 붙들고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어.〉라고 사과를 하면서 할미꽃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답니다.》

설총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간사한것을 멀리하고 정직한것을 가까이 하여야 한다는 충고가 담긴 설총의 이야기를 듣고난 왕은 한동안 조는듯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얼마후 눈을 뜬 신문왕은 《그대의 이야기에는 실로 깊은 뜻이 있으니 잘 기록하여 왕이 된자들이 훈계로 삼도록 하여라.》고 자기 심정을 고백하였으며 설총의 벼슬등급을 높여주라는 어지를 내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후에 정리되여 《화왕계》라는 중세기의 우수한 우화작품으로 되였다.

작품은 봉건적충군사상을 찬미한 본질적제한성을 가지고 있으나 문헌기록으로 볼 때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우화작품이며 의인화의 수법으로 주제사상적과제를 명확하게 해명한것으로 하여 중요한 문학사적의의를 가진다.

 

김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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